경계선?

diary 2009. 1. 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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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인간 3종족 - 남자, 여자, 군바리 (혹자는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해서 아줌마까지.)
라는 말이 있죠.
근데 이게 좀 애매하죠.
정말로 다른 종족인가요?
그 시기가 어떤 시기던지간에 20년 가까이 한 명의 남자(혹은 소수의 여자)로서 살아온 삶이 그 시기가 지났다고 해서 자신의 종족 자체가 바뀌게 되는 건가요?

군바리가 된다는 것은 어느 시점을 말하는걸까요.
영장을 받는 순간?
훈련소에 발을 딛는 순간?
아니면 훈련소 건물 뒤로 돌아가면서 조교들한테 직싸게 욕 들어먹으면서 구르기 시작할 때?

마치 18세 생일이 되기 전날 술집 앞에서 23시 59분 50초에 느끼던 긴장을 보는 듯한 기분도 듭니다.
10초 전의 나와 10초 후의 나는 다른 점이 있나요? 없던 자제력이 갑자기 생기나요? 이전까지는 할 수 없었던 이성적인 판단이 갑자기 가능해지는건가요? 아니면 쥐가 박멸이 되나요?

저는 YES라고 하고 싶습니다.
사람이 바뀌는데는 긴 시간이 필요없습니다. 단지 한 순간의 번뜩임을 받아들이면 되요. 그 계기는 어떤 것이든 상관없구요.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의지로 받아들인다는 점이지요. 그럼 다른 종족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군바리로 종족변환 한 순간은 뒤돌아보면 이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유격훈련 나가서 직싸게 고생한 다음에 조교가 우리를 눕혀놓고 부르라고 했던 '어머니 은혜'. 그 노래를 불렀던 순간. 그 때 처음으로 '나의 가정을 지키기위해 군대에서 지키고 있는 것도 맞는 말일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고나서는 20년간 민간인으로서 당연하게 누려왔던 많은 것들이 보류가 가능하게 되더라구요. 행동양식이 바뀐거지요.

그리고 새로 획득한 종족의 특성을 기반으로, 획득할 수 있는 것과 획득하는 방법에 대해서 하나하나 파악해 나갈 수 있었고 그렇게 짬밥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먹다보니 어느샌가 제대도 하고 예비군도 말년차가 되더군요. 올해 소집만 끝나면 이젠 동네를 지켜야합니다, 그려 -_-

얼마 전에 저는 다시 (고맙게도!!!) 종족변환을 했습니다. 스스로의 의지로 받아들였으며 스스로 다른 종족이 되었음을 느낍니다.
다시 또 저는 다른 종족으로서 획득할 수 있는 것과 획득하는 방법에 대해서 하나하나 파악해 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말해놓고 나니까 스스로가 무슨 '지나가던 프로토스 구경꾼 A'가 된 기분이군요.
Posted by 좋은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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