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포스팅에 이어서>

하여간 다운된 건 다운된 거고 몸살은 나았지요. 다시 일급 신병의 나날은 시작되었습니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빠닥빠닥 잘 뛰어 댕겼고 고참들 말 잘 듣고 삽질도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한동안 그렇게 정신없이 지내고, 진급도 하고 그렇게 있자니 빠닥빠닥 일하고 있는 제 자신이 문득 되게 처량하게 느껴지는 겁니다. 응석부리는 맛을 알아버린 제게는 아무 생각없이 시키는대로 잘 하던 부대에서의 일상이 조금씩 괴로운 것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을 겁니다. 제가 근무했던 부대는 155mm 견인포를 운용하는 야전포병이었습니다. 6~7 톤 정도나 되는 쇳덩어리를 10명 안되는 인원이 맨손으로 다루는 일이다보니 허리병 같은 것은 부대원들의 직업병이랄까, 고질병이랄까, 그런 것이었지요. 그런데 문제는 저는 FDC 였다는 거죠. Fire Direction Center. 간단히 말하자면 포를 어디로 쏴야 목표를 맞출 수 있나 계산하는 직책이란 이야기입니다. 하는 일로 봐서 제가 허리 아플 일은 없다는 얘기죠.

이때까지 열심히 지내온 덕에 고참들은 그냥 알면서도 저 놈은 잠깐 쉬는 것도 좋겠다 싶었는지 몇 번은 편하게 봐주고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번이지 계속 아프다고 징징거리고 있으면 압박 들어오는게 당연하지요. 그러다보니 스스로 아프다아프다 하고 있자니 진짜 아프고, 다른 부대원 입장에선 저놈 뭥미 하는 악순환이 시작되는거죠.

사실 이런 얘기 진짜 쪽팔리는 일입니다. 예전에 있던 일이라고는 하나 스스로의 어두운 면을 꺼내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그 때 해왔던 제 스스로의 나약함은 이젠 정말 그대로 두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그런 생각은 예전부터 해 왔었어요. 그래서 하는 모든 일을 열심히 하려 노력했고 덕분에 어느정도 인정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한다고 해서 예전에 했던 행동이 없어지거나 하지는 않는다는거죠.

그래서 제가 제 스스로를 직시해야한다는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내가 지금 현재 어떤 상황에 서있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명확히 해서 앞으로 나아가야할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던 차에 어디에선가 '과거의 일을 바꿀 수 있다면?' 이라는 글을 보게된 거죠. 그러다보니 이런 일이 생각났습니다.
지금 다시 군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 제가 스스로 취할 수 있었던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군대 다시가는 것이 끔찍하긴 하지만 말입니다. ^^
Posted by 좋은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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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일을 한가지 바꿀 수 있다면?"


과거에 대한 아쉬움이란 떡밥은 참 잘 나오는 주제더군요 ^^;
어디선가에서 관련 글을 보고서 저도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과연 바꾸고 싶은 일이 무엇이 있었을까...

딱 떠오르는 게 있습니다.
저는 군대 시절을 다시 바로 잡아보고 싶습니다.
다녀온 것 자체를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간 후에 부대에서 내가 취했던 행동 방식, 가졌던 마음가짐 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뭐 믿으실라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자대에 처음으로 이등병 배치받고서 간후에 꽤 개념 병사 소리도 들어가며 생활 했었습니다.

아침에 점호 끝나고 다른 내무실 이등병 들과 내무실 청소용 걸레를 쟁취하러 막사 뒷편에 있는 건조대에 뛰어가는 것도 제가 무조건 순위권이었습니다. 우리 내무실에서 B급 걸레를 쓴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죠. 에헴!

이것말고도 제게 부과되는 많은 일들을 최대한 성실히, 이등병이니 어리버리한건 당연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한다는 소리는 들을만큼 열심히 뛰어다녔습니다.

그렇게 100일이 순식간에 지나가더군요. 뭐 아시겠지만 100일이 되었다고 해서 그날 바로 휴가 나가게 되고 그런 건 아닙니다. (아, 요즘은 100일 휴가가 없어졌다 어쩐다 하는 말이 있던데 어떻게 되었나요? 하도 오래전일이라 신경을 안썼더니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100일이 되기 전에는 가족 면회도 허가나지가 않았지요. 그래서 그간 못보고 있다가 100일 지난 주말에 가족이 면회를 왔습니다.

근데 하필, 그날 제가 몸살이 아주 심하게 들어버린겁니다. 아침부터 영 낌새가 심상찮았지만 '어디 어설프게 이등병이 아픈 티를 낼 수는' 없었기 때문에 평소와 동일하게 뛰어댕기고 있었지요. 다만 주말이다보니 반일만 일이 있었습니다. (요즘은 토요일도 쉰다던가요? 아니던가요? 이것도 헷갈리네... -_-) 평소 하는 일이다보니 생각을 안해도 몸이 자동으로 움직여주어서 다행이었지 아니었으면 아픈거 들켰었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이 두개로 겹쳐보인다든가, 머리 안쪽에서 누가 큰 북을 친다던가 뭐 그런 상황이었거든요.

그러는 중 행정반에서 일직하사가 와서 "너 부모님 면회왔다. 준비하고 가봐라" 하는 겁니다. 대답 씩씩하게 하고 환복하고 신고하고 면회실로 출발은 했습니다만... 몸이 점점 더 안 좋아지더군요. 그래도 '오래간만에 가족을 만났는데 어떻게 티를 내냐!' 라는 마음으로 최대한 티 안내고 반갑게 인사하고 싸오신 것도 먹고 했습니다. 한숨 좀 돌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머리 속 큰 북이 점점 더 포르티시모로 때리기 시작하는 겁니다. 둥둥 거리던게 이젠 쾅쾅 대는걸로 들리는거죠.

나중에는 말하는 것도 북소리에 맞추어 더듬거리게 되더군요. 결국은 부모님 들 보시는데 다운 크리 맞았습니다. 부대는 난리가 났죠. 면회 간 놈이 부모님 앞에서 쓰러졌으니 뭐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습니다. 의무대까지 부모님이 동행하시고 뭐 별 일은 아니고 몸살이다~ 라는 판정이 나고 해서 부모님은 좀 안심을 하셨지요.

그런데 여기서 제가 응석부리는 맛을 알아버린 겁니다.

<목요일에 계속>
Posted by 좋은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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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쁩니다!

diary 2009. 7. 9. 23:19
정신이 대략 한개도 없습니다.
잘 살고는 있습니다.

오늘은 그냥 짧게 땜빵만 하겠습니다. -_-
Posted by 좋은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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